[포럼] 스튜어드십 코드 현명한 해법 찾아야
김철중 수앤파이낸셜인베스트먼트 대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과거 정부의 압력으로 국민연금이 3000억 가까운 투자손실을 감수하면서 재벌의 경영권 승계에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이 적극적으로 행사돼 기업의 배당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이익을 극대화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 최근 실현화되는 분위기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의 헷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에 지배구조 개선, 재무상태의 최적화, 자본수익률 극대화 등 구체적 로드맵을 회사에 요구하고 나서, 이에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주주와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2003년과 2006년 각각 소버린의 SKT 공격, 칼아이칸의 KT&G 공격으로 인해 시작된 적대적 해외 인수합병의 방어수단으로 엘리엇 방지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며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에 도화선을 당겼고, 이번엔 현대차그룹에 지배구조의 개선을 요구하면서 엘리엇 방지법의 급격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실제로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과 엘리엇 방지법은 큰 의미에서 서로 배치되는 행위이다. 전자는 대주주의 불합리한 경영행태를 견제하는 행위이고, 후자는 대주주에게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경영환경을 보장하는 행위인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이 도입한 이후, 캐나다,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홍콩, 일본 등 12개국이 영국규정을 준용해 운용중이며, 2016년말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가 공표됐다. 일본의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듬해인 2015년 닛케이지수가 15년만에 2만선을 돌파하는 등 순기능이 확인됐지만, 국내에서는 상장사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의 평균 주식보유기간이 타국가에 비해 현저히 짧아서 오히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와,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행사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쟁점이 되고 있다. 국내의 대표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의 1대주주이자 상장사 300여곳의 5%이상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만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경우, 다른 연기금 등도 대부분 뒤를 따르게 되어 시장원칙을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신관치금융이 연쇄,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엘리엇 방지법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해외투기자본을 견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진 가운데 국회에 발의됐으나, 이는 결국 스튜어드십 코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대주주에게 특정주식에 주당의결권을 더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이나 적대적 경영권 침해 발생시 기존주주들에게 저가의 인수권리를 주는 포이즌 필 등을 부여해서 지배권을 강화시켜주는 내용이다. 중국의 알리바바나 최근 상장을 준비하는 샤오미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미국과 홍콩으로 상장을 결정했고, 유니콘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등도 차등의결권을 창업자들에게 부여했다. 이와 같은 차등의결권 제도가 국내의 대기업체제라는 특수성 아래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와 포이즌필의 경우 대주주 권한남용과 소수주주 권익침해 논란으로 실제 도입이 미뤄져 있다.

결국 근본적으로 대주주의 경영효율성과 소수주주의 권리보장 등의 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해 상황에 맞는 고찰이 이루어 진 뒤, 국내상황에 맞는 공정한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런버핏이 버크셔헤서웨이를 상장시키면서 주주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본인은 회사의 주가가 너무 높거나 낮지 않기를 바라고, 주주들이 자주 바뀌는 상황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대주주의 잘못된 전횡을 견제하는 것도 필요하고, 엘리엇 방지법을 통해 나쁜 주주들로부터 대주주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보장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기관투자자의 경영간섭을 독려하지만 외국기관투자자의 진입을 막는 공정하지 못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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